인터넷에서 Google DeepMind CEO tells students to brace for change 링크와 아래와 같은 한글 요약이 함께한 글을 읽었다.(bold 로 표시된 부분은 요약자가 bold 로 처리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제시하는 'AI 시대 생존 전략'

⋯(중략)

따라서 미래 인재는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AI의 결과물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검증할 것인가?",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핵심 역량: '대체 불가능한' 인간 고유의 기술을 연마하라


이 요약 중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평생 유효하던 시대는 끝났다." 라는 문장을 읽을 때 미간이 찌푸려졌다. 혹시 기자가 허사비스의 말을 과장해 결론 낸 것은 아닐까? 기사 원문을 찾아보았고 깜짝 놀랐다. 원문 어디에도 위와 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었다.

허사비스는 학생들이 기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행이 항상 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유행이지만 내일은 유행이 아닐 수 있는' 것들에 의해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Hassabis said students should focus on the fundamentals. Though there's always likely to be a new fad, it's better to avoid becoming distracted by things that could be "in fashion today, but out of fashion tomorrow."

이 말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평생 유효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기존의 낡은 지식은 과감히 버리며" 라는 말과 대비된다. 또한 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 Emotional Intelligence 란 단어는 원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존재하지도 않는 말을 '요약'이라고 전달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원문에는 없지만 그의 요약에 등장하는 '비판적 사고'와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 대해선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다. ⋯⋯ AI가 제시한 답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도출된 과정을 의심하고 논리적 오류나 데이터의 편향성을 찾아내며, 숨겨진 이면을 통찰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

난 위 인용이 말하는 '비판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세 부분으로 나눠 생각한 바를 적어본다.

  1.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2. 숨겨진 이면을 통찰하는 능력
  3.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타인의 주장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장에 적어도 어느 수준의 정당화를 요구하고 이를 달성했을 때만 그 주장의 합리성을 인정하려는 태도 말이다. 그런데 이 '회의적 태도'는 잘 사용해야 한다. 김민형 교수는 비판적 사고, 어디까지가 좋은 걸까 에서 미국 학생 마이크가 스페인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까닭을 마이크의 회의적 태도에서 찾는다.

마이크의 질문을 예로 들어보자면 이런 것이다. 그는 스페인어 각종 규칙에 관해서 ‘왜 그렇게 하는가’를 자꾸 물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치사 ‘a’의 사용이다. 스페인어에서는 사람이 목적어가 되는 그 목적어 앞에 뜬금없이 ‘a’가 나타난다. 즉 ‘공을 보았다’는 ‘vi la pelota’이지만 ‘그 여자를 보았다’는 ‘vi a la mujer’가 된다. 이보다 훨씬 평범한 규칙에 관해서도 마이크는 ‘왜 그러냐, 이상하다’는 류의 반박이 잦았다. 심지어 발음까지도 영어와 많이 다르면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좋게 해석하자면 당연히 자신이 알고 있는 바에 따라 새로운 지식을 정확하게 습득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이크는 모든 것을 항상 꼬치꼬치 캐묻는 습관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민형 교수는 언어를 배울 때는 '왜?'라고 자꾸 묻는 버릇이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고 말한다. 언어를 습득할 때는 회의적인 태도보다 그냥 해보고 익숙해지는 포용력이 더 중요하다.

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 이상으로 정확성을 따지는 태도는 불필요하다. 정확성을 따지다 보면 상황을 정리하는 수많은 척도가 존재하는데, 계속해서 정확성을 따지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유지니아 쳉은 『논리의 기술』에서 이와 같은 태도를 '현학'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1 또한 누군가의 진술이 틀렸음을 깐깐하게 따지는 것보다 그 진술 속에 담겨 있는 진실을 찾으려는 관용적 태도가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2

12살 아들의 공부를 돕다 보면 아이가 끊임없이 '왜?'라고 물을 때가 많다. 녀석이 '왜?'라고 묻는 경우는 진실에 대한 호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탐구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언젠가 아들이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왜를 연발할 때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제발 비판적 사고 좀 그만해!"

숨겨진 이면을 통찰하는 능력

'숨겨진 이면을 통찰' 하는 것 보다 '정확한 독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선 요약 글은 숨겨진 이면을 통찰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해 원문을 다르게 요약했다. "AI는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편향된 결과를 내놓는다"란 말이 요약 글에 있는데 이건 AI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독해를 위해선 비판적 사고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글을 찬찬히 읽지도 않고 내가 가진 신념과 종교, 그리고 정치적 편향으로 글을 평가하는 경우는 비일 비재하다. 『진실의 조건』(오사 빅포로스)는 이것을 '의도된 합리화'라고 설명한다.3 의도된 합리화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믿음의 보호가 목적인 유형의 사고와 관련 있으며, 이는 소중한 믿음이 위협을 받을 때 발동하는 무의식 기재다. 오사 빅포로스의 말을 들어보자.

수학에 능한 사람도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통계자료를 살펴볼 때 갑자기 계산 실수를 범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문제를 제시했을 때, 수학에 능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계산했다. 수학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비판적으로 따져볼 때보다 강화할 때 기술을 더 정확하게 활용한 것이다.

사실 난 허사비스 기사에 대한 요약을 글쓴이가 직접 쓴게 아니라 AI 요약이라 의심한다. AI가 요약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bold체와 단락 나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을 위해 Gemini에게 원 기사를 "한글로 요약해줘" 라고 명령했다. 요약 글과는 다른 짧은 글이 나왔다. 하지만 Gemini에게 "한글로 상세히 요약해줘. 또한 앞으로 인간이 갖춰야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결론 맺어줘" 라고 명령하니 위 요약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원문에서 찾을 수 없는 비판적 사고, 창의성과 협동, 공감능력과 감성지능이 언급된 것도 동일했다.

그가 만약 원 기사를 읽지 않고 AI 요약본을 공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겐 '정확한 독해'란 목표도 가당찮다. 우린 '정확한 독해'가 아닌 '독해' 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우린 학습을 통해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을 획득한다. 이론적 지식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말하며 실천적 지식이란 '~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을 말한다. 요약에서 '배우는 법을 배우는 능력(Learning how to learn)'은 실천적 지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일종의 메타 지식이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건만 요즘 시대는 '무엇'보다 '방법'을 강조하는 것 같다. '무엇을 아는 지식'을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것으로 평가 절하하듯이.

대니얼은 Critical Thinking: Why Is It So Hard to Teach? 에서 비판적 사고를 위해선 특정 영역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 영역에서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그 영역에 대한 사실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격언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배경 지식과 연습이 없다면 학생들은 외운 조언을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연습할 기회를 주지 않고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사실적인 내용이 없는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습니다.

You can teach students maxims about how they ought to think, but without background knowledge and practice, they probably will not be able to implement the advice they memorize. Just as it makes no sense to try to teach factual content without giving students opportunities to practice using it, it also makes no sense to try to teach critical thinking devoid of factual content.

『진실의 조건』(오사 빅포로스)에 나온 구체적인 예시를 따라가 보자.4 그가 말하길, 어떤 결론은 논리적 형식 때문이 아니라, 전제들이 결론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유효하다. 그리고 이는 사실적 지식이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하는데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위 결론을 평가하려면 논리의 내적 정합성을 살피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사실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방법론을 배운다면 우린 유사과학과 음모론으로부터 스스로를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실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비판적 사고는 사실적 지식과 연계해서만 배울 수 있다. 지식의 축적은 비판적 사고의 토대를 다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내가 비판한 한글 요약글은 "우린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검증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

'배우는 것을 배우는 능력'을 강조하는 부분이 기사에 있다. AI 시대라 '배우는 것을 배우는 능력'이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것으로 여겨질까 염려된다. 요즘 AI Vibe 코딩과 관련된 컨텐츠가 눈에 자주 보인다.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수단을 알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듯 말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이걸 모르면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컨텐츠도 있다. 자주 사용해보니 결코 그렇지 않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AI의 훈수가 아니라 과거에 끈기 있게 읽고 익혔던 작은 것들이 내게 많은 더 말을 건내고 있다.

허사비스는 오직 변화만이 상수이다라고 했다. 한편 허사비스는 기초가 중요하다고도 말한다.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주장에서 후자의 말을 응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 더 강력한 AI가 나온 뒤에도 기초가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유효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