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된 장소에서 - 언더그라운드2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1995년 3월 일본에 지하철 테러가 일어났다. 몇 명이 지하철에 사린 가스를 뿌린 것이다. 조사 결과 범인들은 옴진리교에 소속된 사람들로 밝혀 졌고, 옴진리교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린 가스 피해자들을 직접 인터뷰 한 후 언더 그라운드를 발간했다. 무라카미는 피해자들 뿐 아니라 옴진리교 교인들도 인터뷰해 출판했는데 그게 언더 그라운드 2편 약속된 장소에서다.
언더 그라운드 1편은 마지막까지 읽지 못했다. 옴진리교가 일으킨 사건이 피해자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읽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피해자의 마음에 다가가 공감하는 건 어렵고 괴로웠다.
허나 2편 -약속된 장소에서- 을 읽는 것은 괴롭지 않았다. 옴진리교인들이 옴진리교에 귀의하게 된 까닭과 옴진리교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흥미로웠다. 또한 하루키의 인터뷰에 응답한 이들의 유사점이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에 응답한 모두 질문을 품었다. 이 세계는 무엇인가? 이 세계의 모순은 무엇 때문인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이런 종류의 질문은 철학자를 낳을 수 있지만 컬트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터뷰에 응답한 8명은 후자였다. 그들은 스스로 질문의 해답을 내리지 않고 지도자가 내린 해답, 자신의 삶에 첫 번째로 주어진 해답을 믿었다. 해답에 반하는 증거가 사린 가스 사건 전에 발견되었음에도 해답을 수정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운이 안 좋았다. 어찌하다 만난 첫 종교가 하필 옴진리교였다. 하필 첫 믿음의 지도자가 사이코다. 한편 그들은 운이 좋았다.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과 반대되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증거-사린가스 사건-가 그들 앞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 증거를 마주하고 옴진리교에서 빠져 나온 사람이 있다. 옴진리교의 생활을 쓰고 컬트의 위험을 책으로 남긴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명은 아사하라가 그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맛보았던 안락한 유토피아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 했다.
한편 8명 모두는 가족을 등지고 출가해 옴진리교 공동체 안에서 생활했던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가 말한다. 처음 만난 그 공동체 안에서는 기쁨과 행복이 있었다고. 그들은 사그라진 아름다움이 못내 아쉽다.
하루키의 결론처럼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유토피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우린 위를 바라 보지만 땅을 딛고 서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땅의 모순이란 숙명이기에 벗어 던질 수 없다. 리셋 시킬 수 없다. 우린 모순을 안고 살아가야 하며 삶 가운데 모순의 아주 일부분만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명백한 사실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