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 자신이 신이라 말했다. 그는 인간을 초월한 능력으로 세상의 문제를 고치지만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의 표면만을 건드릴 뿐이다. 그가 이룬 것은 사람으로선 불가능한 것이었으나 신이 행한 기적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많이 모자라다.

그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친구가 되자 한다. 그런데 그는 왜 자신이 선택한 이에게만 우정을 나눌 기회를 선사하고, 자신이 선택한 사건 만을 해결하는가? 주인공도 같은 질문을 한다.

"나와 이럴 만한 시간이 있나요? 당신은 더 중요한 일들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세계의 불평등과 불의를 왜 해소하지 못하냐고 묻는다. 신에게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만 하는데 신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뜻 '전지 전능함' 때문이다. 신이 이 질문에 바른 대답을 하지 못하는 순간 신은 '선함'과 '전지 전능함' 모두를 취할 수 없다.

이 책의 신은 '전지 전능함'을 포기했다. 세상 모든 부조리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것으로 주인공은 신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신과의 관계는 신앙이 아닌 우정으로 경험된다. 신은 경배를 요구하지 않고 화자는 신을 광장에 데려 가지 않으며 그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와 우정을 나눌 뿐이다.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흘러가지 않은 까닭은 주인공이 신을 광장으로 데려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앙도 사적 체험으로 그친다면 소설 속 이야기와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이 세계 속 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이 소설과 같이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