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법, 한국과 미국 방송의 차이 글을 통해 WWYD를 보게 되었고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그 감동은 나로 하여금 한국 자막과 함께한 WWYD를 모두 찾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이 프로그램을 모방한 한국의 젠틀맨을 YouTube에서 찾아보았다. PPSS의 글처럼 젠틀맨이 편견을 조장한다고 느끼진 못했지만 분명 WWYD 와 젠틀맨은 차이점이 보였다. WWYD으로 난 감동을 느꼈으나 젠틀맨을 통해선 그럴 수 없었다. WWYD를 본 뒤에는 생각에 잠깐 잠기기도 했으나 젠틀맨을 본 뒤에는 그딴거 없었다.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왜 그런 것일까?
난 그것을 대화의 유무에서 찾는다. WWYD에서는 대화가 있으나 젠틀맨에서는 대화가 없다. WWYD에서는 시민들의 생각과 철학을 들을 수 있으나 젠틀맨은 시민들의 화만 전시된다. 왜인가? 미국에선 토론을 접할 일이 한국보다 많기에 그런 것인가? 한국인은 조곤조곤 말을 하는 것보다 화를 많이 내는 민족이라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WWYD이 시민들의 참여만이 아닌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WWYD의 배우는 마치 훈련받은 사회자와 같은 대사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말한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는 건가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전 .... 라고 생각해요"
그 결과 WWYD 속에서 시민은 화가 난 와중에도 자기 생각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약자와 차별받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논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것을 시청하는 우리가 같은 주제에 참여해 생각에 잠기게 한다. 배우를 꾸짖는 것뿐 아니라 조심스레 설득하는 목소리를 WWYD를 통해 들을 수 있고, 나 또한 그들에게 설득되어 감동을 느낄 기회를 얻는다.
WWYD와 달리 젠틀맨 속의 배우는 시민의 생각을 묻는 대신 한껏 높아진 목소리 톤으로 시민들의 화를 돋군다.
"내가 못된 사람이란 거에요?!"
"내가 잘못한 거에요?!"
젠틀맨을 보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화를 내거나 시민과 같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기회 뿐이다.
젠틀맨은 WWYD와 같이 잘 만들면 우리 사회에 생산적인 담론을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도 미국의 인종차별, 동성애 등과 비견할 만한 충분한 이슈들이 넘친다. 그러니까, 결론은, 모방하려면 좀 제대로 모방하자. 채널 A 에게 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 그래도 좀 애써보기 바란다.